기술과 저널리즘

구글 뉴스랩 2018/19로 배우고 학습한 것들

수용자를 얼마나 세세하게 이해하고 있느냐가 성과를 좌우

이성규 2019년 0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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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스타트업 방식의 유효성 : 린스타트업 방식의 핵심을 꼽으라면 저는 ‘유효한 학습’(Validated learning)을 듭니다. 프로덕트 개발과 개선의 선순환은 바로 학습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유효한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른 프로세스는 사실상 낭비입니다. 에릭 리스가 강조해온 대목이기도 합니다.

유효한 학습을 위해서는 먼저 수용자(고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고,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어려움이어야만 합니다.

그들의 겪고 있는 문제에 천착하지 않고, 무턱대고 콘텐츠나 제품을 개발하면 그들의 반응 속에서 아무 것도 얻어낼 수가 없습니다.(이걸 통상 '제품 개발 모델의 재앙이라고 합니다) 과녁도 없이 막무가내로 쏘아대는 활쏘기에 다름 아닙니다. 수용자들도 “있으면 좋겠지만 잘은 모르겠는데”와 같은 모호한 응답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콘텐츠나 제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배울 만한 것들이 남지 않겠죠.

유효한 학습을 위해서는, 콘텐츠나 제품이 수용자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목표를 향해 도달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개의 지표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닙니다. OMTM 즉 가장 중요한 하나의 지표만으로도 유효한 학습은 가능합니다. 다만, 목표 달성과 만족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특별한 지표여야만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샌가 콘텐츠와 제품은 더 나은 결과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수용자들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해낼 때 그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게 됩니다. 린스타트업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런 프로세스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018/19는 린스타트업 방법을 보다 치밀하게 적용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린스타트업 프로세스를 조금더 체계적으로 적용하고 실행하도록 유도한 점이 앞선 기수와는 달라진 부분입니다. 워크숍부터 주별 멘토링에 이르기까지 이 방법을 숙지하고 체화하도록 애썼습니다.

펠로우들의 수용성은 놀라웠습니다. 단계단계마다 수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유효한 학습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그들이 배운 바는 곧바로 콘텐츠로 프로덕트로 반영됐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과정이 대략 2~3번은 반복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린스타트업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은 언론사들도 주의깊게 관찰하며 도움을 줬습니다. 물론 이 과정 자체가 낯설었기에 당황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결과도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확인하고 설정했던 문제는 대부분 해결했고, OMTM 상의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눈에 띌 정도의 지표 상승이 이뤄진 팀도 있었습니다. 8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이뤄낸 결과이기에 언론사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수용자(고객)에 집중하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장점이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2018/19를 통해 확인된 셈입니다.

존중과 배려, 합리적 리딩과 자율성을 연결하는 관리의 기술

인재들의 잠재력 활용을 위한 조건 : 펠로우 선발 과정부터 언론사와 함께 했습니다. 언론사 담당자들이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최상의 인재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팀 배정에서 경쟁이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더 좋은 인재를 자사 팀원으로 합류시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하기도 했습니다.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들이 그들 나름의 실력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는 조직 내 문화적 조건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방치한다고 혹은 꼼꼼히 개입한다고 잠재력이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존중과 배려, 합리적 리딩과 자율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동할 때 인재들은 최상의 성과를 내놓습니다. 이를 저는 ‘관리(management)의 기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관리의 기술의 첫 번째 과정은 ‘목표의 공유’입니다.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명확히 공유하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여기선 ‘명확히’가 중요한데요, 설정한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혼란을 겪기 십상입니다. 펠로우들과 파트너 언론사가 따로 놀게 된다는 거죠.

‘원하면 뭐든지 해봐’라는 태도는 그래서 위험합니다. 인재들이 원하는 건 제각각이기에 ‘뭐든지 해봐’라고 내뱉는 순간 각각의 인재들은 그들이 선호하는 프로젝트를 관철시키기 위해 갈등하게 됩니다. 목표 설정에만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렇다고 목표가 너무 디테일하거나 달성할 만한 가치가 크지 않으면 인재들의 자율성을 가둬놓는 효과를 낳습니다. ‘8주 동안 사이트 페이지뷰 2배로 늘려, 뭐든 좋아’ 이런 주문이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좋은 인재를 모아두고 이런 류의 목표를 제시하면, 이들 인재들은 의욕을 내려놓기 마련입니다. 모험적이면서 가치 있고 생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공유할 때 의욕은 들끓습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린/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다만, 이들이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방법론에선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전통적인 프로덕트 개발 방법은 효율적이지 않을뿐더러 효과도 크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실력을 신뢰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경험이 없다고 해서 그들이 위험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는 우려는 애초부터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트너 언론사들은 단계 단계별로 자사 사정을 고려한 제약 조건을 제시하고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통적인 방법과 인식, 관점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투영하려는 욕심을 덜어내는 것, 그것이 새로운 인재들을 위한 배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

아이디어가 아닌 매니지먼트 혁신 : 아이디어? 중요합니다. 특히나 새로운 세대군에 속한 펠로우들의 아이디어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 중심주의는 발안자 몇몇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해당 인재가 사라지면? 복제할 수 없기에 프로젝트의 지속성도 무너지게 됩니다. 수용자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으로서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구상적 아이디어라면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수용자들에게 스며들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미 시장에서 빛을 발하지도 못한 탁월한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아이디어 중심주의가 아니라 수용자(고객) 중심주의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수용자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대안일 때, 아이디어는 마침내 빛을 냅니다. 시장 적합성이 높아야 아이디어도 살아서 꿈틀대는 거죠. 그 과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파트너 언론사도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을 내재화할 수가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수용자로부터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수용자들은 아이디어에 감동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그 노력을 직접 실행한 정성에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물론 거기에 해결책으로서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면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아이디어 집착증’에 갇히는 것보다 유효한 학습을 가능케 하는 프로세스 개발 미 및 관리 능력(관리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는 학습할 수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프로세스는 학습하고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용자 중심주의 프로세스화함으로써 유효한 학습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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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대신하며 :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은 뉴스 스타트업이든, 기성 언론사든, 수용자 중심주의를 프로세스화함으로써 유효한 학습을 반복하게 되면 얼마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체감한 바로는 도달하고자 하는 수용자를 얼마나 세세하게 이해하고 있느냐가 성과를 좌우하더군요. 타깃 수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깊을수록 더 좋은 콘텐츠와 제품, 그리고 아이디어가 도출됐습니다. 수용자에 대한 다층적, 다면적 이해는 단순히 인구통계 정보만으로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직접 만나서 묻고 관찰하고 이야기할 때, 그들이 보이고, 그들의 어려움을 발견하게 되고, 그 어려움의 정도에 공감하게 되더군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파트너 언론사들은 이 같은 1차적 과정에 낯설어했습니다.

또한 목표는 구체적이되, 달성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도전의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배운 바입니다. ‘출퇴근 차량 안에서 자사 뉴스의 소비 빈도를 높이고 싶다’거나 ‘밀레니얼 세대가 라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거나. 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될 때, 수용자들의 문제 진단이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그 진단 속에서 탁월한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훌쩍 흘러간 9주라는 기간이 제게 알려준 가르침이었습니다.

참고 자료